1편에서 노화와 죽음의 문제를 풀고 싶어서 창업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의대 출신이시니 병원이나 바이오 쪽으로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사람들이 매일 쓰는 앱으로 시작하셨어요?
헬스케어를 바꾸는 길은 여러 가지인데, 저는 소비자 쪽에 가장 큰 기회가 비어 있다고 봤어요. 세상에서 가장 큰 시장들을 보면 패턴이 있거든요. 리테일은 Walmart가 아니라 Amazon이, 교통은 기존 택시 회사가 아니라 Uber와 Lyft가, 결제는 전통 금융회사가 아니라 PayPal이, 음악은 Sony나 Universal Music이 아니라 Spotify가 바꿨어요. 전부 Consumer Tech로 시장을 혁신한 회사들이 1등을 차지했죠. 그런데 미국에서만 GDP의 18%, 1년에 5조 달러가 넘는 헬스케어 시장은 아직도 왕좌가 비어 있어요.
헬스케어에는 병원, 제약사, 보험사까지 이미 큰 회사들이 정말 많잖아요!
맞아요. 그런데 그 회사들은 보험사, 병원, 고용주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어요. 정작 자기 건강을 챙겨야 하는 소비자의 경험은 복잡하고 불편하죠. 미국에서 가장 큰 헬스케어 기업의 NPS, 그러니까 고객이 주변에 추천하고 싶은 정도가 한 자릿수에 그칠 정도예요.
그리고 재밌는 점이 하나 있어요. 건강 문제를 가장 절실하게 겪는 사람들은 주로 40대 이상인데, 그 문제를 풀겠다고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40대 이하예요. 그래서 정작 건강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을 제대로 챙기는 서비스는 아직 많지 않아요. 실제로 저희 앱의 주 사용자도 40~50대고요. 그 간극에 아직 큰 기회가 남아 있다고 봐요.
이건 저희만의 생각이 아니에요. 실리콘밸리 탑티어 VC인 a16z도 2022년 The Biggest Company in the World에서 다음 세대의 가장 큰 회사는 헬스케어와 Consumer Tech의 교집합에서 나올 거라고 했어요. 벌써 4년 전 이야기인데, 그런 회사는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AI가 등장한 뒤로 Consumer Tech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래서 지금이 더 큰 기회라고 생각해요.
건강을 위한 방법은 다 아는데, 꾸준히 실천하지 않는다
그런데 건강은 결국 의학의 영역 아닌가요? 앱이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기도 해요.
a16z가 2024년에 쓴 How We Live Longer라는 글이 있는데, 제가 정말 공감한 이야기예요. 사람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려면 획기적인 신약이나 새로운 의학적 발견이 꼭 있어야 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래요.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방법은 이미 꽤 많이 알려져 있거든요.
어? 방법이 이미 알려져 있다고요? 그게 뭔데요?
그 방법은 바로, 건강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고, 약을 제때 챙겨 먹고, 잘 먹고, 운동하고, 충분히 자는 거예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예요.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아무도 꾸준히 실천하지 않아요!
아, 정말 뜨끔하네요! 퇴근하고 늦게 자고, 운동은 안 하고, 건강검진은 귀찮아하고… 딱 제 얘기예요.
다들 그래요. 새해마다 운동하겠다고 결심하고,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으면 잠깐 걱정하다가 금방 잊어버리죠. 결국 이건 의학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행동 변화의 문제예요. 그리고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건 Consumer Tech가 제일 잘해온 일이고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YouTube를 켜고 Spotify로 음악을 듣는 것처럼, 건강 관리도 아플 때만 찾는 게 아니라 매일 자연스럽게 하는 습관이 돼야 해요. 저희가 병원이 아니라 앱으로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어요.
매일 돌아오게 만드는 게 곧 건강이다
그래서 에이헬스가 매일 쓰는 앱이 되는 걸 그렇게 중요하게 보시는 거군요!
네. 각 시장의 1등이 된 Amazon, PayPal, Uber, Spotify, 그리고 국내의 쿠팡과 토스까지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고객 중심으로 시장을 풀었고, 사람들의 습관이 될 만큼 engagement가 높았다는 거예요. 헬스케어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저희가 매일 오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건 MAU 같은 지표를 높이려고가 아니에요. 건강 행동은 한 번보다 오래 반복하는 게 훨씬 중요하잖아요. 매일 들어와서 걷고, 기록하고, 내 상태를 확인하는 그 반복이 곧 건강을 바꾸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engagement는 저희한테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을 실제로 바꾸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핵심 역량이에요.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어요?
지금 MAU의 22%가 한 달 30일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앱을 켜요.
한 달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요!?
네. 그래도 아직 부족해요. YouTube나 X 같은 세계적인 컨수머 프로덕트 수준으로, 훨씬 더 자주 오래 머무는 제품을 만들려고 해요.
그럼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세요?
3년 안에 지구상의 어떤 헬스케어 앱보다 DAU가 많은 글로벌 1등 헬스케어 앱을 만들 거예요. 5년 안에는 헬스케어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서 건강 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7년 안에는 남녀노소, 국적 불문 누구나 저희 앱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 거예요. 그리고 10년 안에 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되어, 결국 세상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되는 게 목표예요.
왜 하필 지금인가
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네요! 그런데 왜 꼭 지금이어야 해요? 몇 년 뒤에 해도 되지 않을까요?
몇 년 뒤면 늦어요. 글로벌 AI 회사들도 하나둘 헬스케어에 뛰어들고 있어요. 소비자 헬스케어의 1등 자리를 두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거죠.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기회는 훨씬 줄어들 거라고 봐요.
그럼 그런 글로벌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성장 속도요. 글로벌 1등 자리는 결국 가장 빨리 크는 회사가 가져가요. 저희는 지금 매달 20~30%씩, 1년에 10배 가까이 크고 있어요. 이미 흑자인데 추가 투자를 받은 것도 같은 이유예요. 자본으로 시간을 사기 위해서요. 그렇게 확보한 자본으로 더 빨리 커서, 글로벌에서 더 큰 시장을 먼저 가져가려고 해요.
빠르게만 가다 보면 방향을 잃을 수도 있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는 속도를 화살표처럼 생각해요. 물리에서 말하는 벡터처럼, 얼마나 빨리 가는지만큼 어디로 가는지도 중요하거든요. 엉뚱한 방향으로 빨리 달리면 오히려 목적지에서 더 멀어지잖아요. 그래서 먼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데이터와 유저의 목소리, 그리고 직관까지 모두 활용해서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요. 해결책부터 떠올리지 않고, 진짜 문제가 뭔지부터 분명하게 정하고요. 풀어야 할 문제는 늘 많으니까 임팩트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요. 그다음엔 가설을 뾰족하게 세우고, 직접 실행해본 뒤 배운 점을 쌓아요.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부터는 최대한 빠르게, 작게 시도하고 확인하는 걸 여러 번 반복해요.
그럼 이 싸움에서 그래비티랩스가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이유는 뭐예요?
저희는 사람들이 매일 여는 건강 앱을 이미 갖고 있어요. 한국과 일본에서 건강 앱 상위권이고, 처음부터 글로벌로 크고 있어요. 최근에는 미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1위에 올랐고요. 매일 들어오는 사람이 많을수록 건강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정확하게 도울 수 있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더 자주 돌아오고, 데이터는 더 쌓이죠. 이 선순환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돌리는 회사가 이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에겐 그걸 해낼 수 있는 정말 멋진 팀이 있어요.
30명으로 300명의 임팩트를
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이렇게 큰 문제를 푸는데 30명 이하로 일하고 계시잖아요. 사람을 많이 뽑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요!
일부러 그렇게 하고 있어요. 저희는 소수의 S급, A급 인재가 다수의 B급 인재를 압도한다고 믿어요. 특히 지금은 탑 탤런트가 AI를 제대로 쓰면 30명으로 300명 규모 회사의 임팩트를 낼 수 있어요. 그래서 높은 인재밀도를 지키면서 빠르게 크는 쪽을 택했어요. 지금 25명이 일하고 있는데, 임직원 한 명당 1년 환산 매출 100만 달러, 15억 원 이상을 만들면서 성장하고 있어요.
그럼 작은 팀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계세요?
기본은 목적 조직이에요. PO, 디자이너, 엔지니어가 한 팀이 되어 하나의 목표를 끝까지 풀어요. 동시에 같은 직군끼리는 챕터로 묶여서 서로 성장을 돕고 교류하고요. 그리고 전원이 핵심가치에 얼라인된 상태로 일하고,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임팩트를 최대한 키우고 있어요.
목표가 큰 만큼, 일하는 방식도 궁금해지는데요?
일하는 방식에 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요, 우선 여기에서는 세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첫째, 빠르게 실행하고 실제 반응에서 배워요. 회의실에서 오래 고민해서 완벽한 답을 만들어도, 막상 고객 앞에 내놓으면 예상과 다른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중요한 가설이 생기면 가능한 한 빨리 제품으로 만들어서 내놓고, 고객의 반응과 데이터에서 배우는 쪽을 택해요. 틀리는 건 괜찮아요. 빨리 틀려봐야 맞는 답에도 빨리 가까워지니까요.
둘째, 근거를 가지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저희는 직군이나 연차와 상관없이 누구나 제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내요. 막 합류한 분의 의견이 더 좋으면 그 의견으로 가는 거예요. 대신 감이나 취향이 아니라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요. 누구의 생각이 이기느냐가 아니라, 고객과 제품에 무엇이 더 좋은지를 함께 찾는 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셋째, 맡은 영역을 넘어 제품의 성공을 고민해요. 각자의 역할은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저희 팀에서는 그건 제 일이 아니라는 말을 잘 듣기 어려워요. 역할의 경계보다 제품이 성공하는 게 먼저거든요. 디자이너가 데이터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엔지니어가 고객의 문제를 먼저 꺼내기도 해요.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문제라면 누구든 먼저 의견을 내고 함께 풀어요.
그 바탕에는 자율과 책임이 있어요. 누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는 대신, 각자 맡은 문제의 결과와 임팩트에는 끝까지 책임을 져요. 그래서 스스로 판단하고 주도적으로 일하면서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하고 싶은 분들께 특히 잘 맞는 곳이에요.
함께 달린 만큼, 함께 가져간다
그렇게 치열하게 달리는 만큼, 팀원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궁금해요!
세상을 바꾸는 여정을 함께한 팀원들에게는 큰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월드클래스 프로덕트와 비즈니스를 만들려면 월드클래스 팀이 필요하고, 그런 분들을 모시려면 그에 맞는 보상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합류하시는 분께는 직전 총보상보다 높은 보상을 약속드려요. 흑자인데도 투자를 받은 이유 중 하나도 좋은 분들을 모시는 데 아끼지 않기 위해서예요.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은 어느 회사에서나 듣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저희는 주인의식을 요구만 하지 않고, 실제로 회사의 주주가 되도록 하고 있어요. 정규직 전원에게 스톡옵션을 드리고, 나중에 엑싯까지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있어요. 회사가 10배 성장하면 그 성장분을 개인도 함께 가져가야 하고, 그러기에 가장 좋은 보상이 스톡옵션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저희 회사에서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큰 리턴을 가져가신 분들도 생겨나고 있어요.
그 외에 다른 보상도 있어요?
분기마다 핵심가치를 잘 실천하고 크게 성장한 분들께 스톡옵션이나 현금 보너스를 드려요. 그리고 다 같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도 다 같이 나눠요. 그동안 전 직원 스톡옵션, 다 함께 떠난 해외 워크숍, 월급만큼의 보너스, 목표를 넘어선 매출을 전 직원이 나눠 가진 적도 있었어요. 회사가 잘되면 그 성과는 함께 달린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요즘 HF0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시잖아요!
네.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프로그램 중 하나예요. 이번 기수에 함께 뽑힌 팀들만 봐도 이전에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회사를 창업했던 분이 다섯 명이고, 팀 절반은 연 반복 매출이 1,000만 달러를 넘어요. 연 매출이 7,000억 원, 3,000억 원에 이르는 회사도 있고요. 현지에서 스타트업을 잘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인정하는 프로그램인데, 저희가 한국 회사로는 처음, 미국 밖 회사로도 처음으로 선발돼서 지금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국 회사로는 처음이라니, 정말 대단한데요!
저한테는 그 의미가 커요. 한국에서 시작한 회사도 실리콘밸리 한가운데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고, 글로벌에서 1등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요. 함께하는 분들께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서 일하면서도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경험을 대표만 하는 게 아니라 팀원들도 함께 하는 게 중요해요. 팀원들도 직접 샌프란시스코의 공기를 맡고,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일하는 감각을 키울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아직 아무도 앉지 못한 자리를 향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마지막으로, 지금 그래비티랩스에 합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아직 아무도 앉지 못한 헬스케어의 왕좌를 향해, 거의 처음부터 함께 달린다는 의미예요. 지금 합류하시는 분들은 회사가 몇 배, 몇십 배로 커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 만들게 될 거예요. 작은 팀이라 한 사람이 내는 임팩트가 크고, 그만큼 성장도 빨라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일이 결국 전 세계 사람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사는 데 닿아요. 내가 오늘 만든 기능 하나가 누군가의 내일을 조금 더 건강하게 바꾼다는 것. 저는 그게 이 일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이야기를 들으니 왜 이 팀이 그렇게 치열하게 달리는지 알 것 같아요. 이 여정의 다음 페이지에 이름을 올릴 분들을 기다릴게요!
적당한 성장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큰 헬스케어 회사를 함께 만들고 싶다면, 지금 그래비티랩스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채용 공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