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인터뷰 1편: 죽기 싫어서 의대에 갔습니다

죽음이 두려워 의대에 갔지만, 죽음을 멀어지게 하는 답은 병원 밖에 있었습니다. 에이헬스를 만드는 그래비티랩스 창업자 인터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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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2, 2026
창업자 인터뷰 1편: 죽기 싫어서 의대에 갔습니다

티타임 때 대표님 이야기가 너무 인상 깊어서 꼭 제대로 다시 듣고 싶었어요. 열 살 때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였죠?

네. 열 살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어요. 우주는 130억 년 동안 있었는데 저는 고작 100년 살다 간다는 거예요. 우주 입장에서 저는 먼지 한 톨도 안 되고요. 그런데 죽으면 기억도 감정도 없는 상태가 영원히 이어진다고 생각하니까 온몸의 세포가 쪼그라드는 느낌이었어요. 그때부터 1년 동안 밤마다 울다가 잤어요.

어우, 그 정도면 진짜 엄청 무서우셨나 보네요. 열 살에 칼 세이건이라니, 보통은 그냥 덮는 책인데요. 그래서 그 뒤로는 어떻게 되셨어요?

사후세계랑 종교 책까지 찾아봤는데 답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죽음의 5단계 있잖아요.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그걸 제 나름대로 다 밟았어요.

아, 그 어린 나이에 다양한 감정을 다 느끼셨네요! 수용까지 간 후에는 많은 것들을 내려놓으셨나요?

네, 피할 수 없다면 살아 있는 동안 행복과 사랑만 챙기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은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여유가 생기면 또 죽음 생각이 나니까, 틈이 안 생기게 매일 에너지를 100% 다 쓰고 방전돼서 잤어요.

그냥 그 아젠다와 공포에 대한 생각을 저 뒤편으로 미루신 거군요!

맞아요. 그렇게 미뤄둔 채로 열여덟 살이 됐어요. 그런데 문득 인생의 4분의 1이 벌써 지나갔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대로 피하기만 하면 시간에 떠밀려서 그냥 죽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결국 택한 길이 의대이신 건가요!?

죽음을 피하려면 먼저 죽음을 알아야 하니까요.

죽기 싫어서 간 의대에 죽음이 너무 많았다

의대를 생각하고 바로 가신 것도 놀라운데 결국 의사가 되지는 않으셨잖아요. 거기서는 답을 못 찾으셨나 봐요!

1학년 때 좋은 기회가 생겨서 대학병원에서 교수님 회진을 따라 중환자실에 갔어요. 회진이 끝나고 교수님이 환자분들을 보시면서 말씀하셨어요. 저분은 14일, 저분은 4주 정도 남으셨다고.

와… 1학년한테 그 말은 정말 충격이었겠어요.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충격이었죠. 의사로 살면 매일 이걸 보겠구나, 그러다 보면 죽음에 있어서 무뎌지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저는 무뎌질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죽음을 무서워하는 제가 계속 죽음을 본다는 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아이러니하네요! 죽음이 무서워서 간 곳이 매일 죽음을 봐야 하는 곳이었다니. 그래도 그 시간이 헛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의학을 공부하면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게 있었나요?

네, 의학과 의료사를 공부하면서 진짜 풀고 싶은 문제를 찾았어요. 노화와 죽음이요. 사람은 오래 살게 됐는데 그만큼 당뇨, 심장병, 암, 치매를 안고 사는 시간도 길어졌어요. 오래 사는 것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 전혀 다른 문제더라고요.

노화와 죽음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왜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신 거예요?

인류는 당연하다고 여긴 걸 계속 깨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옛날 사람한테 인간이 달에 간다고 했으면 다들 미쳤다고 했을 거예요. 노화와 죽음도 그런 통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어요. 평생이 걸리더라도 풀어보려고요.

이제는 죽음을 피하는 게 아니라 정면으로 풀겠다고 하시는 거네요!

아이러니하죠. 죽음의 5단계를 수용까지 갔다가 다시 부정으로 돌아온 셈인데, 지금이 제일 행복하고 가슴 뛰어요.

하루 늦으면 하루가 줄어드니까

그럼 의사가 돼서 연구하시면 되잖아요. 왜 창업이에요?

세계적인 연구를 하려면 자본, 인프라, 인재가 필요한데, 저한테는 그중에서도 자본이 먼저였어요. 노화와 죽음을 풀 열쇠가 어떤 연구에서 나올지는 아무도 미리 알 수 없거든요. 그러니 가능한 한 넓은 범위를 다 파봐야 하는데, 연구는 본질적으로 좁은 영역을 깊게 파고드는 일이에요. 제가 연구자 한 명으로 남으면 그중 단 하나의 길밖에 갈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자본을 만들어서 여러 연구 주제와 가설을 동시에 지원하는 쪽을 택했어요.

그래도 학교는 마치고 해도 되지 않았어요?

하루 늦게 시작하면 죽음을 풀 시간이 하루 줄어들잖아요. 제가 충분한 자본을 갖고 태어났다면 창업 대신 투자를 했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한국에서 의대를 중간에 멈춘다는 건 정말 큰 결정이잖아요! 의사가 다시 하고 싶어진 적은 없으세요?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대에 간 건 아니었어요. 막상 가서 보니 정말 존경할 만한 직업이라고 느꼈지만, 제가 앞으로 의사로 살 계획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제 삶과 직결되지 않은 일에 더 이상 시간을 쓸 수 없었어요. 그래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던 것 같아요.

첫 회사는 시작하자마자 막혔다

첫 창업 아이템은 뭐였어요?

2019년 12월에 시작했어요. 근력운동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디바이스와 개인 맞춤 운동 관리 앱이었어요. 헬스장에 디바이스를 납품하고, 나중에는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까지 가는 그림이었죠.

2019년 12월이면… 혹시 코로나 직전 아닌가요?

맞아요. 2020년 초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헬스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어요. 모바일 운동 가이드와 디지털 치료제 앱으로 좁혀봤는데 규제에 막혔고, 앱만으로 치료에 가까운 효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공동창업자와도 헤어졌어요.

와, 시작하자마자 정말 많은 일이 한꺼번에 몰려왔네요. 그래도 그 시기에 깨달은 게 있었나요?

하나 있어요. 앱은 치료보다 건강 관리에서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다는 거요.

잘되던 서비스를 직접 껐다

그다음은요?

2021년 초에 시드 투자를 받고, 돈을 걸고 건강 습관을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1:1로 겨루는 핏투, 그리고 여럿이 겨루는 위너스해빗이요. 이건 진짜 잘됐어요. 매달 두 배씩 컸고, 6개월 만에 유저 1만 명, 월 거래액 3억 원이 됐어요.

와, 6개월 만에 그 정도면 정말 잘된 건데요! 그런데 지금은 그 서비스가 없잖아요. 어떻게 된 거예요?

저희가 직접 접었어요. 시장을 더 파보니 3년 먼저 같은 걸 하던 회사가 있었어요. 그 회사 규모를 보니까 우리가 아무리 커도 한국 시장에선 천장이 보였어요. PG사 계약 해지 문제도 있었고요. PMF를 찾기 직전에 종료했어요.

그럼 첫 창업 전체에서의 레슨런은 뭐였어요?

다섯 가지요. 첫째는 걷기예요. 챌린지를 100개 넘게 만들었는데 유저 70%가 걷기를 했어요.

챌린지 100개 중에 걷기 하나만으로 70%요!?

누구나, 돈 안 들이고, 바로 할 수 있으니까요. 둘째, 돈은 확실한 동기부여예요. 돈이 걸려 있으면 사람들이 확실히 움직이고, 습관 만들기에 성공하는 사람도 늘어요.

에이헬스가 리워드로 건강 습관을 만드는 이유가 거기 있었군요!

네. 셋째는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 한 명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만으로 팀 전체 속도가 확 달라지는 걸 겪었어요.

역시 결국 사람이네요! 나머지 두 개는요?

시장의 크기요. 작은 시장에서 50%를 차지하는 것보다 100배 큰 시장에서 5%를 차지하는 게 10배 커요. 마지막은 Day 1부터 글로벌로 가야 한다는 거예요. 인류 단위의 임팩트를 원하면 처음부터 글로벌을 전제로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 다섯 가지가 고스란히 지금의 그래비티랩스가 된 거네요!

맞아요. 그 다섯 가지를 그대로 들고 두 번째 창업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문제부터

그래비티랩스의 에이헬스 앱 (구 머니워크)

대표님의 꿈이 정말 크다는 게 느껴져요. 그 꿈이 지금 에이헬스가 하는 일과는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궁금해요.

얼핏 멀어 보일 수 있지만 같은 길 위에 있어요. 수명 자체를 바꾸는 기술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거든요. 그 전에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게 있어요. 건강수명이요.

건강수명이라는 말이 조금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수명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사람들은 예전보다 훨씬 오래 살게 됐지만, 늘어난 시간 중 꽤 긴 시간을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 아프게 보내요.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이 더 걷고, 더 잘 자고, 더 잘 먹게 만들어서 건강한 시간들을 늘리려고 해요.

그 건강한 시간을 늘리는 데 에이헬스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세요?

건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앱이요. 전 세계 사람들이 매일 열어서 자기 건강을 챙기는 서비스가 되는 게 목표예요. 지금은 흩어진 건강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해석하고, 앞으로의 건강까지 예측하는 AI 건강 비서를 만들고 있어요. 걷기에서 시작해서 운동, 식습관, 수면까지 넓혀가는 중이고요.

건강 하면 에이헬스가 먼저 떠오르는 날이라니, 생각만 해도 설레네요! 그런 AI 건강 비서가 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요?

한 사람의 건강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모델이요. 그러려면 데이터가 필요하고요. 지금 다섯 가지 축으로 모으고 있어요. 웨어러블, 오늘 술을 마셨는지 담배를 폈는지 같은 생활습관을 직접 남기는 자가 보고, 과거 10년 치 건강검진 기록, 어떤 진단과 처방을 받았는지 담긴 5년 치 병원 기록, 그리고 나중에는 유전자 검사까지요.

듣다 보니 궁금해지는데요, 그런 데이터를 실제로 모으는 게 가능한가요?

한국은 국가가 건강검진을 챙기고 그 데이터를 다 갖고 있어요. 유저가 동의만 하면 한 번에 가져올 수 있어요. 이런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가 한국이랑 일본 정도예요. 미국만 해도 데이터가 병원마다 흩어져 있어서 한 사람의 기록을 모으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그렇게 보면 한국에서 시작한 게 오히려 큰 강점이 될 수 있겠네요.

맞아요. 저희는 한국과 일본에서 건강 앱 중 상위권이라, 가장 밀도 높은 데이터를 가장 오래 쌓기 좋은 위치에 있어요.

건강 미래를 예측하는 모델이 생기면, 에이헬스를 쓰는 분들의 하루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다음에 걸릴 병을 예측할 수 있으면 해야 할 일이 사람마다 달라져요. 당뇨 위험이 높은 사람은 운동과 식단, 수면을 챙겨야 하고, 치매 위험이 높은 사람은 수면 관리와 두뇌 게임이 더 중요하죠. 모두에게 같은 걸 권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가장 임팩트 있는 행동을 추천해주는 비서가 되는 거예요.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을 넘어서, 더 멀리 그리고 계신 그림도 있을까요?

보험과 제약이요. 건강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으면, 운전 습관에 따라 자동차 보험료가 달라지듯 건강하게 사는 사람에게 더 좋은 보험 조건을 줄 수 있어요. 제약 쪽에서는 신약 임상에 맞는 조건의 사람을 찾는 데 보통 2년이 걸리는데, 저희 데이터로는 그 기간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봐요. 더 길게는 사람을 그대로 본뜬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세포나 동물로 오래 실험한 뒤에야 사람 임상으로 넘어가는데, 디지털 트윈이 어떤 입력에 몸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으면 그 과정을 훨씬 앞당길 수 있거든요.

이야기가 점점 커지네요! 대표님이 그리는 10년 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에요?

지금은 아파야 병원에 가잖아요. 10년 뒤에는 유전 정보, 건강 상태, 생활습관 데이터를 합쳐서 내가 어떤 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인지, 얼마나 살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헬스케어는 진단과 치료가 아니라 예측과 예방, 관리 중심으로 바뀌어요. 아프고 나서 고치는 게 아니라 아프기 전에 바꾸는 거죠. 그 세상을 저희가 가장 먼저 만들고 싶어요.

그럼 그래비티랩스는 어디까지 가고 싶으세요?

가장 많은 글로벌 유저의 건강 데이터를 가장 길게 쌓아서 헬스케어의 프런티어 랩이 되고, 그다음엔 생명 연장 기술을 직접 연구하고 상용화하는 회사로 가려고 해요. 10년, 20년 하고 끝나는 회사가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300년 넘게 이 문제를 풀어가는 회사요. 인류 수명 연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회사, 세계에서 가장 큰 헬스케어 회사가 되는 게 목표예요.

밤마다 울던 열 살 아이가 이제는 인류의 수명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티타임 때 이 이야기가 왜 그렇게 오래 남았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아직 시작이에요. 그래도 처음 창업한 이유랑 지금 회사를 만드는 이유는 똑같아요. 죽음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문제로 만드는 것. 열 살의 저처럼 밤마다 죽음을 무서워하며 잠드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미래의 동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건강은 정말 어려운 문제예요. 사람들은 아프기 전까지는 건강에 잘 신경 쓰지 않거든요. 그리고 건강이 좋아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만드는 것도 정말 어려워요. 저희는 매일 그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어요. 그래서 이 문제를 치열하게 같이 풀 사람이 필요해요.

그래비티랩스는 이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갈 동료를 찾고 있습니다. 채용 공고 보기

2편에서는 왜 하필 헬스케어인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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